맛은 감각의 영역이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맛을 설계하는 데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계가 고안한 새콤한 맛, 인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맛’은 감정과 생리 반응을 동시에 자극하는 독특한 맛으로, 음식 산업과 음료 개발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맛을 조합하는 것을 넘어, 향기와의 상호작용까지 분석하며 완전히 새로운 ‘감각 조합’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직관이 아닌 데이터 분석과 예측 모델링을 통해 탄생한 신맛과 향의 조합은 기존의 관습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미각을 데이터화하는 기술의 진보
맛과 향은 주관적이지만, 기술은 이를 수치화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식재료와 화합물의 조합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미각 반응을 예측합니다. 특히 신맛은 산도와 관련된 유기산의 농도뿐 아니라, 향 성분과의 조화에 따라 맛의 인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합을 구성하는 데 있어 복잡한 패턴 인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레몬의 신맛은 시트르산의 영향이 크지만, 레몬 고유의 시트러스 향과 결합될 때 그 맛은 더욱 상쾌하게 인식됩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감각 간 상호작용을 학습하고, 이례적인 조합—예를 들어 딜(herb) 향과 구연산의 혼합, 혹은 블루베리 향과 사과산의 조합—을 실험적으로 도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인간 관능평가 데이터를 기계학습 모델에 반영해 반응 예측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식품 회사에서 상품 개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과일 주스, 탄산음료, 캔디, 심지어 요거트까지도 인공지능이 추천한 신맛과 향의 배합을 토대로 새로운 맛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수많은 시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맛을 비교했다면, 이제는 AI가 시도할 만한 조합을 우선 선별하고 실험에 필요한 조합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조합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맛
인공지능이 제안한 신맛 조합 중 일부는 기존의 미각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신맛은 주로 과일류에서 추출된 재료에 국한되었지만, AI는 그 경계를 넘어 다양한 향과 맛의 재료를 신맛과 연결짓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질 향과 포멜로산을 결합한 음료는 허브의 신선함과 과일의 산뜻한 신맛이 조화를 이루어 미각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와사비 향과 락트산의 결합이 있습니다. 이는 매운맛과 신맛이 동시에 튀어 오르는 느낌을 주어 젤리나 간편 스낵의 새로운 맛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이 조합은 인간 셰프에게는 생소하거나 과감한 시도일 수 있지만, AI는 수치적 유사성과 반응 예측에 기반해 이를 실험적으로 정당화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기분 좋은 맛’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실험 정신을 반영합니다.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맛에 익숙하지만,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오는 놀라움 또한 즐기는 성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 경계에서 작동하며,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자극하는 ‘미각의 모험’을 디자인합니다. 음료 산업에서는 특히 이러한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탄산수에 애플민트 향과 시트르산을 조합하거나, 사과산에 라벤더 향을 더해 청량감과 함께 진정 효과를 주는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AI가 설계한 이러한 조합은 단순히 맛의 조화를 넘어서, 소비자의 감정 상태나 하루 시간대에 맞춘 맞춤형 감각 설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미각을 넘어 감정을 읽는 음식 디자인
AI가 단순히 맛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인간의 감정 상태와 뇌파 반응까지 고려하여 향과 신맛을 조합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신맛은 집중력을 높이거나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뒷받침되면서, 기능성 식품 분야에서도 AI 조합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벼운 산미에 오렌지 향을 더한 조합은 오전 시간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합으로, AI는 이런 목적 지향적 설계를 통해 기능성 스낵이나 음료 개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저녁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라임산을 부드러운 허브향과 결합해 안정적인 기분을 유도하는 제품이 제안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식품의 맛이나 향이라는 감각의 만족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과 일상에 맞춰 ‘경험으로서의 음식’을 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향후에는 개인의 뇌파 상태나 기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가장 적절한 맛 조합을 즉석에서 조합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이 설계한 신맛과 향 조합을 단순한 실험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는 감각을 해석하고, 경험을 디자인하며, 궁극적으로는 식생활 자체를 혁신하는 과정입니다. AI가 제안하는 맛은 사람의 입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의 균형까지 고려한 ‘지능적 미각’의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이 흥미로운 혁신은, 감각이라는 마지막 인간의 영역마저 기술과 조화를 이루게 할 것입니다.